‘벙어리 재판’ 공정성 논란…송 씨 항소재판 예상 쟁점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65년형을 선고받은 송씨 사건이 최근 테네시주 항소법원에서 재심을 받을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송씨는 지난 1994년 31세의 나이에 미국에 이민온 뒤 애틀랜타에서 잠시 목회 활동을 했으며, 곧 테네시주 내시빌로 이주했다. 이듬해 내시빌에서 송씨는 박씨(여)와 만나 가까워졌다. 송씨는 지난 2001년부터 내시빌의 한 아파트에서 박씨와 동거했으며 박씨의 10대 두 딸을 돌보며 음악과 수학 등을 가르쳤다. 그러나 송씨는 지난 2004년 앨러배마주에서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박씨의 큰딸을 2001년부터 2003년까지 5차례에 걸쳐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인 큰딸과 동거녀의 작은 딸은 비디오 증언으로, 어머니 박씨는 법정에 나와 이를 증언했다. 1년간의 재판 끝에 송씨는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징역 65년을 선고받았다. ▷통역없는 재판 논란= 재판 기록에 따르면 2004년 재판 당시 송씨는 줄곧 한국어 통역을 요구했다. 송씨는 자신을 ‘제한적인 영어구사자’(Limited English Proficiency)라며 서투른 영어(broken english) 정도밖에 구사할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영어로 내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송씨는 재판중 검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다시 질문하거나, 짧은 대답만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사는 변호인의 통역 요청에 “뭐라고? 지금 법원 비용으로 통역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송씨가 영어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재판중에도 영어로 문답을 할수 있다”며 통역관 요청을 기각했다. 송씨는 재판 후 한국말을 조금 할줄 아는 미국인 재소자와 구치소내 직원의 조언, 한영사전 등을 참조해 4년만에 재판 기록을 이해할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물적증거 없는 판결= 송씨는 “유죄 판결이 오로지 큰딸의 증언에 의해서만 이뤄졌으며, 아무런 물적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간호사와 의사들은 “큰딸의 몸에 생긴 상처가 폭행으로 생긴 것인지 정확히 말할수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사측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인 큰딸의 증언이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동생의 증언과도 일치한다”라며 “이 어린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할 것인가”라며 송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알리바이 묵살 여부= 송씨는 범행이 일어난 시기에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행이 있어났다는 2001년 2월 15일부터 29일까지 테네시를 떠나 앨러배마의 모터홈에 거주했다는 것. 송씨는 증거로 모터홈의 렌트 계약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증거는 2004년 재판 당시 채택되지 않았으며, 올해 항소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했다고 송씨는 주장하고 있다. ▷한국정부에 늑장통보= 테네시 검찰과 법원은 2004년 송씨 체포 및 재판 당시에 한국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송씨의 소재가 총영사관에 알려진 것은 수감후 무려 4년이 지난 2008년이었다. 송씨는 영주권자로 한국 국적자이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지난 8월 재판부에 보낸 서한에서 “당국이 송씨의 체포를 총영사관에서 통보했다면,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필요한 도움과 조치를 다했을 것”이라며 “송씨가 문화적 차이와 언어소통 장애로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김용길 영사는 “사건 인지 후 지속적으로 송씨와 통화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기자